책, 인생을 사로잡다

Posted in BookLog // Posted at 2014.01.12 23:06

 

이석연 저 | 까만양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의 책이다.

저자의 여러 화려한 이력보다, 젊은 날 20개월 동안 절에 들어가서 고전,역사,문학서 등 300여 권을 독파 했다는 남다른 경험에 큰 관심이 간다. 대학 진학을 앞 두고 행한 일이라 하는데 어찌 보면 어린 나이라 할 수 있는 그 시기에 이런 결심을 하고 실천했다니, 역시 남다르다 하겠다.

 

이 책을 본 후,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은 책을 읽으며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전에도 책을 읽다가 모호한 단어나 사자성어 같은 것이 나오면 가끔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항상 그러지는 못했다. 저자의 말처럼 '문맥의 흐름에 맞춰 대강 이런 뜻이겠구나' 하며 넘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라는 충고를 하며,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의심나는 일이나 의심나는 글자가 있으면, 즉시 유서나 자서를 자세히 참고하라.

글을 읽을 때에는 명물이나 글 뜻이 어려운 본문은 그때 그때 적어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물어라.

선배인 장학성과 나의 친척인 복초 이광석은 남을 만날 때 마다 물었다.

- 책을 보는 방법에 대하여, 이덕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것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독서는 읽는다는 게 제일의 목적이 아니라 이해를 하여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주된 목적이다.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하다. 
... (중략) ...

사전을 참조해 가며 읽는 독서는 더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유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독서의 속도에 가속이 붙어 점점 수월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덕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금산사에서 읽었던 여러 책들의 내용이 생생하게 남아 내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양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고 질적인 것을 추구하며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열권의 책을 서투르게 읽는 것보다 한권의 책을 정교하게 읽는 게 마음의 양식으로 남는다는 것은 절대 분변의 진리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독서일기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고 한다. 물론 독서일기도 자유형식으로 꾸준히 작성하며 글을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글귀와 함께 자신의 감정과 고민, 느낌을 같이 메모해 두고 보관해 왔다고 한다. 저자가 아들에게 물려 주고 싶은 것도 바로 이렇게 작성된 수 많은 '독서일기'라 한다.

나는 매일 생활의 단면과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을 일기로 남겼다. 독서와 일기쓰기는 내 삶의 자양분이자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원천이 되었다.
... (중략) ...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뭔가를 자주 기록해서 자신의 삶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글쓰기가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 (중략) ...

옛날에 읽었떤 책에 대한 새로운 생각, 앞으로 읽고 싶은 책에 대한 기록,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 책과 얽힌 소소한 일화 등 독서일기의 소재는 생각해보면 실로 다양하다. 책에 대한 언급 없이 그날 있었던 내용들을 써도 좋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의 단상과 그것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에 대한 일상적인 성찰을 함께 써나가는 것이 독서일기라고 보면 된다.

 

책의 서문에서도  독서일기로 다져신 글쓰기의 위력을 언급하고 있다.

나는 대학을 지방에서 나왔지만 행정고시, 사법시험을 어렵지 않게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이는 폭넓은 독서로부터 얻은 주변지식의 풍부함과 글쓰기로 다져진 표현력이 답안에 반영된 결과였다.

 

읽기와 쓰기는 따로 있지 않다며 일기 못지않은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금의 여러 현인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필사'의 의미와도 같은 것이리라.

"책은 많이 읽는 데 뭘 좀 쓰려면 막막해져 한 두 문장 쓰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읽기와 쓰기의 밀접한 관련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데서 오는 고민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나 단락이 있으면 그자리에서 내용을 수첩에 천천히 옮겨 적는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미처 깨닫지 못한 문맥의 의미가 구체화되어 그 뜻을 체득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말로 들어 인정하는 것보다 직접 시도해보지 않으면 그 효과를 체감하기가 힘들다. 이해하기 힘든 문장은 물론 아주 좋은 문장들도 베껴씀으로 인해 그 맛과 풍미가 더 깊어진다.

... (중략) ...

읽고, 쓰고, 외우는 삼단계의 과정을 거치면 어떤 내용이든 완벽하게 자신의 것이 되어 적재적소의 순간에 자유자재로 활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은 저자의 표현대로 '4GO' 전략으로 매듭지어 진다.

 - "베께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외우고"

 

그리고 '책 속에 책이 있다'며 각주와 참고문헌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찾아 읽어보라는 충고가 와 닿았다. 지금껏 책에서 저자가 본문을 통해 직접 언급한 책을 제외하고는 각주나 참고 문헌으로부터 독서 목록을 구성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읽기의 독서를 넘어 책을 저술하라고 권고한다.

독서에 대한 욕심은 결국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막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면 연필을 깍아 놓고 필통 속에 고이 모셔두는 것과 매한가지다. 깎았으면 쓰는 게 정석이다. 연필심이 다 닳으면 또 깎아서 쓰면 된다. 그렇듯 독서의 귀결은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작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중략) 읽은 만큼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물론 가벼히 접근할 수 없다는 충고와 함께...

소설가 조정래는 5백 권의 책을 읽지 않고는 소설을 쓰려고 펜을 들지 말라고 했다 (중략)

알량하게 몇 권 읽어 놓고 나도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쌀도 없이 밥을 짓겠다는 것처럼 맹랑하고 터무니없는 욕심에 불과하다.

 

책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도대체 무얼 쓰야 하는지 부터가 문제일 텐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쓸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된다. 독서의 감상이든, 처세에 관한 것이든, 전공에 관한 것이든 자기가 많이 알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주제를 잡아서 쓰면 된다.

프랑스의 시인 말라르메는 "세상의 모든 것은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책이 될 수 있다. 유명하고 똑똑한 사람만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고 나서 유명해지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답 역시 단순 명료하다.

첫째 난관은 문장일 것이다. (중략)

"읽고, 베끼고, 외우는"것을 충실히 하면 문장은 저절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독서메모, 독서일기의 저력은 자신의 문장이 완숙해진다는 점으로 표출된다.

...(중략)...

한 단락의 글을 쓰면 한 장의 글을 쓸 수 있고, 한 장의 글을 쓰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한다.

"진정한 독서는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으로 완성된다. 저자가 되라!"

 

이후 저자의 젊은 시절부터 소장해온 책과 그 내용 및 느낀점을 간략히 소개하는데 제일 먼저 소개된 사마천의 <사기>는 나 역시 관심있게 여기던 책이라 반가웠으며 주말에 당장 도서관에서 빌려오게 되었다. 먼저 개론서부터 보고 이후 열전, 세가, 서, 본기, 표의 순으로 이어서 보고 싶다.

 

그리고 이어서 소개된, 법구경과 유성룡의 징비록에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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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현수


    가장 감명깊었던 책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냐고 누군가 물을 땐
    항상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이라고 말합니다. 사춘기때 그책이 준 의미가 남달라서...
    퇴근 길에 중고서점에 데미안 을 싸게 팔길래 구입했는데 --;
    책장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큰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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