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

Posted in BookLog // Posted at 2013.09.14 18:12

 

 

문요한 저 | 북하우스

 

한국의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 치료 분야 서적이다. 보통의 자기계발서에서 다루는 확고한 목표와 자신감 배양, 치열한 노력, 결국 성취와 같은 주제는 다루지 않는다.

 

책 전반에 느긋함이 배어 나온다. 저자는 인정하고 수용하는 '받아 들임'을 강조한다.

심리치료 분야여서 그럴것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일종의 치유를 받은 느낌이었다.

내가 읽어 본, 한국 사람이 쓴 책 중에 몇 안되는 삶의 통찰력을 일깨워 주는 책이라 하겠다.

마치 에크낫 이스워런의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좋은 책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초점효과 focusing effect'라고 합니다.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 대상이 실제보다 더욱더 커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와 비슷하지요. 자신의 약점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약점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점점 더 크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를 바라볼 거라고 믿게 됩니다. 부정적 초점효과입니다. 반대로 긍정적 초점효과도 있습니다. 양궁선수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과녁의 홍심이 접시처럼 크게 보이는 것, 타자의 집중력이 좋을 때 공이 수박만큼 크게 보이는 것은 긍정적 초점효과의 실제 사례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나친 관심은 늘 현실을 왜곡시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치명적인 약점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치명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역할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조건이나 역할에 지나친 동일시를 하는 사람은 조건이나 역할수행에 변화가 생기면 큰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이를테면 교수라는 역할이 그 사람의 삶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연구실적이나 학생들의 강의평가 같은 외부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일수록 성적이나 성과가 오르면 그에 따라 자신의 가치감과 자존감도 올라가지만, 성적이나 성과가 떨어지면 그만큼 자신을 가치 없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상대도 자신을 그렇게 대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집니다. 반대로 성적이나 성과가 떨어져서 심적으로 괴롭기는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가치감은 잘 유지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특정 역할과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

심리학자 퍼트리샤 린빌은 이러한 유연한 정체성을 가리켜 '자아복합성'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다양한 역할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이미지를 갖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마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투자격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자기에 대한 이미지가 여러 개일수록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그에 따라 행복이 좌우될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자아복합성의 역할은 실패나 좌절에 대한 손상을 약화시켜 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들의 삶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우리를 안내해줍니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린 여자를 본다면, 우리는 그녀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들의 적극적 관심인 것이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배를 만드는 조선소에 가보면 배의 내부에 수많은 칸막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격벽'이라 하는 이 칸막이는 물이 새어 들어왔을 때 다른 곳이 침수되는 것을 막아주고, 불이 났을 때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하는 방화벽 역할을 합니다. 침수나 화재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를 최소화하여 배가 침몰하지 않게 하는 긴용한 장치입니다. 격벽 덕분에 물이 새어 들어오거나 불이 나더라도 일부만 손상을 입을 뿐 다른 곳으로 확대되지 않아 배 전체는 안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손상된 부분만 고치면 됩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마음의 칸막이가 잘 세워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는 문제와 존재를 구분하는 칸막이가 있습니다.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되 존재 자체로 확대시키지 않습니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고, 그 생각은 '당신 자신도' 아니고 그리고 '현실'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자유로운 놀라울 뿐이다. 당신의 생각을 단순히 생각으로 인식하는 단순한 행위야말로 가끔식 그러한 생각들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현실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며, 당신의 삶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줄 것이다."

- 존 카밧진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개코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고 합니다. 우선 사방이 막힌 상자 속에 먹이를 넣어둡니다. 그 상자에는 원숭이의 앞발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만 뚫어놓습니다. 이내 먹이 냄새를 맡고 찾아온 개코원숭이는 앞발을 넣어 먹이를 움켜쥡니다. 처음에 앞발을 넣을 때는 쉽사리 들어갔지만, 먹이를 움켜쥔 앞발을 빼기란 어렵습니다. 결국 상자 속에 앞발을 넣고 먹이를 움켜쥔채 개코원숭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됩니다. 이때 원주민이 다가갑니다. 하지만 곧 포획될 위험에 있는 개코원숭이는 움켜쥔 먹이를 끝내 놓지 못합니다. 먹이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 원주민에게 잡힐 텐데 말입니다. 이 얼마나 답답하고 어리석은 동물인가요. 그러나 과연 우리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나이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늘 안전 지향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도전하기보다는 쌓아온 것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늘 할 수 있는 일만 시도했습니다. 늘 안전한 목표만 세우니 실패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첫아이의 돌을 치르고서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원하는 삶을 살아라!'라고 말하려면 내가 먼저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반성했기 때문입니다. 내 생에 처음으로 안전한 삶보다는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게 삼심대 후반이었습니다.

그후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찾은 중요한 가치가 바로 '사람들의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적 치유를 넘어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적어도 3년만큼은 내가 원하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살자는 마음먹었습니다. 삶의 방향성이 세워지고 결심이 서는 순간,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여기게 됐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주어지면 더욱 좋겠지만 설사 그 시도가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대 처음 깨달았습니다. 이루지 못해도 가치 있는 삶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삶의 특권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새끼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떼어내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원숭이를 어미와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새끼 원숭이를 철사로 만든 가짜 어미 원숭이 두 마리와 함께 키웠습니다. 두 마리의 가짜 원숭이 중 한 마리는 철사 위에 헝겊을 두르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철사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젖병을 들고 있었습니다.

관찰결과, 새깨 원숭이들은 배가 고플 때만 '젖병엄마'에게 갔고, 그외의 시간에는 하루 종일 '헝겊엄마'에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위협이 가해질 때면 어김없이 헝겊엄마에게 안겨서 두려움을 달래곤 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할로는 애착의 핵심은 먹이가 아니라 '접촉'임을 밝혀냈습니다.

이후로 여러 가지 변형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애착이 형성되고 난 뒤 헝겊엄마가 새끼 원숭이에게 찬물을 쏟거나 뾰족한 물체로 찌르도록 함들었습니다. 새끼 원숭이들은 여느 때처럼 어미인줄로만 알고 달려갔는데 느닷없이 찬물을 뒤집어쓰거나 불쾌한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새끼 원숭이들은 이후에 어
떻게 했을까요? 새끼들은 아무리 배척을 당하고 상처를 입어도 이미 애착이 형성된 가짜엄마의 품 안으로 파고들기 위해 기어오르고 또 기어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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